플랫폼·장르/스토리텔링

[액션 어드벤처/플랫폼] 산나비

EE-2 2024. 12. 20. 19:55

 

"진부하고 예측되는 스토리지만 감동적이다" 라는 주변의 평을 듣고 시작.

 

어라? 중후반부의 전개는 진부하지 않았다.

 

대놓고 초반에는 어린 딸의 죽음을 보여주고, 유사 딸로 보이는 '금마리'를 출현시켰는데 금마리=딸일 줄이야? (나만 예측 못했나?)

 

마지막에 아빠에게 힘들었다고 안기는 것은 조금 진부할 수 있는 연출이지만

 

내게 있어 <산나비>는 상실과, 그걸 딛고 계속 살아나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얼마 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는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는.

 

<산나비>의 스토리는 그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아빠를 잃은 금마리는 아빠를 되살릴 수 있는가?

 

그렇게 되살아난 금대령은 다시 마리를 구할 수 있는가?

 

비극적인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그 상실과 고통의 마음...

 

그걸 어떻게든 '인격 데이터'의 시뮬레이션으로 되살려보려고 했던 마리의 노력.

 

결국 금대령은 살아났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현재가 과거를 돕고, 과거가 현재를 도운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얼마 전에 재관람한 <공각기동대>가 떠오르기도 했다.

 

'자아'란 무엇일까?

 

'동일한 기억' 있다면 그것은 같은 사람인가?

 

<산나비>는 이런 철학적 문제들을 생각하게 하면서도, '구원'이라는 심플한 플롯을 집중적으로 그려내어 감동을 증폭시킨 작품이다.

 

또 나를 울리게 했던 부분은...

 

"잠깐이지만 만나서 반가웠다" 하는 부분이었다. (송소령에게도, 마리에게도)

 

게임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짧은 시간대의 이야기다.

 

주인공이 진실을 알게 되는 것도.

 

그렇게 짧게 주인공과 사람들은 만나지만, 재회하지만,

 

어떤 찰나는 영원이 된다.

 

어떤 순간은 영원이 된다.

 

죽은 것이나 다름 없던 사람이, 다시금 일어나서 살아가게끔 해준다.

 

 

 

+ 게임 스토리텔링으로서도 훌륭하다.

 

<산나비>의 플롯이 가능했던 것은 이걸 '게임'이라는 미디어 내에서 담아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금 대령의 입장에서 플레이하기 때문에, 금 대령이 데이터 인격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금 대령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인지 필터'라든지, '기억'이라든지, 여러 장치들이 있는데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이 현실에 대해서 의식하지 못하고(=믿고) 진행한다.

 

그것이 반전을 만들어 낸다.

 

플레이어 자체가 데이터 인격이었다는 어떤 심리적 함정... 그 함정이 있기 때문에 중후반부의 전개가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 잡설

 

기획자가 1명이었다니...

 

스토리 기획자랑 시스템 기획자랑 최소 2명일 줄.

 

대단하신 분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