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 이끼와 산딸기의 장난스런 발가락이 내 것 아닌 세월들로 나의 동그란 백골을 두드리리 (...) 말라죽은 나무와 건물의 불결한 창을 핥는 거리 (...) 희미한 어제와 그제들, 가루처럼 바스러진 해(年)의 뼈다귀, 바지의 해진 무릎이, 다 스미어 안예은 세상에 처음 날 때 인연인 사람들은 손과 손에 붉은 실이 이어진 채 온다 했죠 당신이 어디 있든 내가 찾을 수 있게 손과 손에 붉은 실이 이어진 채 왔다 했죠 눈물진 나의 뺨을 쓰담아 주면서도 다른 손은 칼을 거두지 않네 또 다시 사라져 산산이 부서지는 눈부신 우리의 날들이 다시는 오지 못할 어둠으로 가네 아아, 아 고운 그대 얼굴에 피를 닦아주오 나의 모든 것들이 손대면 사라질 듯 끝도 없이 겁이 나서 무엇도 할 수 없었다 했죠 아픈 내 목소리에 ..